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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밤에 그리고 아침에 자니까 출근 안해도 되겠지?

전시회나 공연장에서 원피스랑 수트도 입고 완전 멋있겠지?

쉬는날엔 뭘할까?

이처럼 별로 도움은 안되는데 가끔 그들의 일상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 궁금증을 아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만든 뉴스, 예술가들의 일주일을 소개합니다!

 

월요일_'과학자를 만나는 날'

 

대전에 살고 있다면 몇년전부터 들어봤을 단어 '아티언스'. 아트와 사이언스의 합성어로 예술가들과 과학자들이 함께 협업하여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이다. 대전문화재단에서는 매년 아티언스를 위한 예술가를 선발한 후 과학자들의 실험실 투어, 프로젝트 진행, 시민들에게 공개를 하는데 올 해에는 랩투어를 미리 진행했다. 이에 찾게 된 곳은 한국기계연구원과 표준연구원. 대전 말고도 전국에서 활동중인 시각예술가, 음악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함께 했다. 자연모사의 연구소에서는 세계에서 발견되는 자연으로부터 개발된 기술과 건축물을 만나고 자기부상의 힘으로 만들어진 열차와 놀이기구의 이야기도 들어본다. 과학은 이성을 예술은 감성을, 또 과학은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 하는 효율적인 길을 예술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도 흥미로운 길을 택한다. 두 분야가 워낙 달라 차이가 조율이 될까 싶지만 랩투어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며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 아티언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이 분야의 박사님과 해보고 싶다는 적극적인 어필을 하는 작가도 있다. 예술가는 말보다 작품에 녹여 표현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작품으로도 입으로도 표현하는 적극적인 작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참여 작가들의 질문이 너무 많아 3시 반 종료예정이었던 투어는 30분이나 늦어버리고 말았다.

 

 

<뉴턴의 나무 아래서 예술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번 랩투어에서는 뉴턴의 나무도 무엇인가 변화를 하는데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박사님 말씀>

 

화요일 _ '공중전화 박스랑 장난감 가게 뒤에 숨겨진 펍이 있다고?'

 

아니 이 무슨 킹스맨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 같은 이야기인가? 뉴욕에 거주하는 연극배우 루크가 안내한 곳은 뉴욕 미드타운에 위치한 '스픽이지(SpeakEasy)'. 1920년에 뉴욕에 금주령이 내려졌을 때, 술을 너무나 마시고 싶었던 사람들이 비밀스럽게 만든 펍이다. 어찌나 비밀스럽게 만들어졌는지 뉴욕 토박이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랄까. 무서운 형님들을 만날것 같은 뒷골목을 조금 지나 만나게 된 스픽이지. 와우! 내부는 마치 프랑스의 예술가들이 만들었을 법한 살롱의 이미지를 갖고있다. 붉은 계열의 벽지와 커다란 인물화, 그리고 펍이라기엔 엄청 푹신한 쇼파와 앤틱 가구들이 제법 편안한 느낌을 준다. 가장 특이한 점은 맥주는 머그잔에, 칵테일은 찻잔에 준다는 점이다. '술은 마시겠다. 하지만 들키진 않겠어!' 라는 각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미가 가득한 이 뉴욕이란 도시에 옛 느낌을 가득 간직한 이 낭만적인 공간을 루크는 자주 찾을까? 대답은 "Not much!". 공연 준비에 늘 연습으로 묶인 몸이고, 한번 공연이 잡히면 남부고 서부고 긴 여행을 해야 하기에 이렇게 여유가 난 것은 아주 오랜만이라고 한다. 심지어 이번 달은 3주 동안 날마다 연습과 공연을 반복했고 바로 어제, 공연을 마치고 6시간의 비행을 끝으로 집에 돌아와 밀린 잠을 실컷 잘 수 있다며 행복해한다. 예술가라면 조금 여유로운 시간표를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바쁠 줄이야.

 


 <루크씨를 따라 어두캄캄한 골목을 지나가면 맨해튼 시내에 위치한 스픽이지를 찾을 수 있다.>

 

수요일 _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어딜 가시나요? 예술가는 오전엔 취침하는 것 아닌가요?'

 

미디어 아트를 하는 장성환 작가는 수요일마다 예술가들과 시민이 함께하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에 예술강사로 참여중이다. 구성원들이 속한 지역 안에서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특성을 찾아 문화와 예술활동을 통해 활성화 시키는 프로젝트이다. 장성환 작가가 속한 팀은 대청호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걷기 좋은 길, 맛집을 찾아 활성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대청호 예술로 걷는 사람들'. 대전에 살고 있는 사람조차 모르는 대청호풍경의 아름다움, 숨은 맛집, 둘렛길, 그리고 역사를 샅샅이 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주요 활동이 되는 것은 바로 사진과 SNS. 당연히 준비물은 휴대폰 하나면 된다. 대청동주민센터에 참여자들이 모두 모이면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오늘도 역시 야외로 나갑니다." 야외로 나가 아름다운 경치 속에 함께하는 사람의 사진을 담고 장성환 작가는 사진을 보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진 보정은 전문가만 하는 줄 알았는데 스마트폰만 있으면 오케이다!

하루 일과가 끝난 후 함께 이끄는 다른 예술강사들과 함께 늘 회의를 한다. 회의장소는 식사도 할 수 있고, 소주 한잔도 기울일 수 있는 대흥동에 위치한 어느 포장마차이다. 오늘 있었던 일을 온라인에 포스팅하고 ( '대청호 예술로 걷는 사람들' 네이버 포스팅) 다음주 진행 사항도 점검하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열정적인 회의를 한바탕 하고 나면 어느덧 9시가 된다. 딸들 얼굴 보기에도 바쁜 하루가 이렇게 또 훌쩍 지나가버린다.

<왼쪽의 장성환 작가. 이 사진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휴대폰으로 보정을 마친 상태. >

 

목요일 _ '돈이 많아진다면 엄청 좋은 악기도 사고 오케스트라도 만들거예요'

 

바이올린 연주자 양효원씨의 목요일은 운동과 함께 시작된다. 악기를 외팔로만 잡은 채 연주하는 긴 시간을 버텨야 하는 연주자들에게 운동은 필수다. 운동이 끝난 후 레슨을 하고 곧 있을 리사이틀과 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위해 저녁까지 연습을 한다. 같은팀(무토 스프링 콰르텟_MUTO STRING QUARTET)의 비올라 연주자 김지윤씨는 목요일이 상대적으로 한가한 편이긴 하지만 쉬는 만큼 다른 요일(특히 금요일!)에 할 일이 많이 몰려 역시나 정신 없이 바쁘다. 남들에게는 친구도 만나고 치맥도 먹는 '설레는 금요일인데...' 종일 레슨하고 연습을 마친 발바닥에 땀나는 '불금'을 마무리 짓고 나면 오후 11.

돈이 많아지면 뭘 할거냐는 장난스런 물음에 특급 호텔과 비싼자동차로 낭만적인 세계일주를, 건물에서 벌어들이는 월세로 수입 걱정없는 연주도 하고 비싸고 좋은 악기도 사겠다며 너무나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무대에서는 드레스도 입고 조명도 받는 예쁜 언니들인데 실상은 그저 마음 편하게 악기 연주하고 싶은 감성 소녀들인가 보다.

 

 

<무토 스프링 콰르텟의 연습 사진>

 

금요일 _ '구독자가 전 연령층인데... 야한시화는 좀...'

 

(그런 야한 게 아니랍니다!) 대전에서 활동 중인 2-30대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단체 블랭크에서 준비한 꽃구경 행사이다. 물론 꽃은 몽땅 떨어졌지만, 낭만적인 봄의 밤을 함께 즐기고자 만들었단다. '詩畵' 한자에서 느껴지듯 금요일에 이들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갑자기 흐려진 날씨지만 봄의 청취를 담은 LEEda작가의 시한편, 물감까지 가져와 한편의 수채화를 그린 이상규 작가의 그림까지 열명의 작가들이 함께 모여 재밌는 시간을 가졌다.

블랭크에서는 한달에 한번은 모여 회의겸 야한시화와 같은 행사를 진행한다. 말이 행사긴 하지만 일단 '재밌게 놀자'하는 마음에서 부담이 가지 않는 자리를 마련하고 그 공간속에서 서로의 전시 소개도 하고, 예술 토크도 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로 삼는다. 완성된 작품 전시를 위해 대흥동의 허다한 살롱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달 말에 있을 영화상영회와, 가을 페스티벌, 크리스마스 맞이 예술 행사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날의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일 년 일정이 벌써 꽉 차버렸다. 워낙 바쁘고 처음 해보는 프로젝트가 잘 될 까 걱정이 되지만 같은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동료 예술가들 덕에 기대가 된다.

 


<허다한 살롱 벽 한켠에 전시된 야한시화의 결과물들>

 

토요일과 일요일_ '주말이 평일같은 예술가들'

 

브루클린에서 꽤 크다는 스모가스버그라는 마켓을 가려고 했는데. 쌩뚱맞은 곳에 내려버렸다. 잘못 내린걸 어쩌랴,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다 만나게 된 '브루클린 아티스트 플리마켓'. 윌리암스버그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티스트 플리 마켓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판화 작업을 하는 썬댄스를 만났다. 예술가들의 창작품을 거래하는 곳이기에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었기에 내 손에 잡힌 카메라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느라 불편한 마음으로 구경을 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밝고 친절하게 인사를 건내주는 예술가 썬댄스. 뉴욕이 처음이냐며 웰컴을 외쳐주며 작품 설명도 곁들여 준다.

실크 스크린 작업을 하는 썬댄스는 주로 첼시의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거나 전시중인 갤러리를 찾아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의 시간을 갖지만 주말이 되면 이 마켓에 참여하기 위해 브루클린을 찾는다고 한다. 마켓에 참여한 다른 예술가들도 다 비슷한 상황이다. 일주일이 눈코뜰새 없이 쓱 지나가버린다.

 

첼시마켓 위로 난 하이라인을 걷던 중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바로 데이빗이란 작가의 프로젝트 'iThinkOutsideMyBox'(http://ithinkoutsidemybox.com/)가 진행중인 현장이다. 프로젝트는 매우 간단하다. 정사각형의 작은 상자 종이에 그림을 그릴수도 있고 글씨를 적을 수도 있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아주 쉽게 잊곤 하는 '표현의 자유'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이다. "나에게 평일은 일반인들의 조금 긴 주말과 같아.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이곳에 나와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쇼핑, 빨래, 작업관리, 소셜 미디어 작업 등 너희들이 하는 것 나도 다 해.'

프로젝트를 한군데서만이 아닌 더욱 다양한 나라와 장소에서 하고 싶어 지원금을 몇번 신청해보았지만 워낙 쟁쟁한 후보자들에 밀려 아직 괜찮은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한다. 그래도 하이라인을 방문하는 방문객들과 지역주민들 덕에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빨간옷을 입은 David과 그간 시민들과 함께 진행해온 프로젝트>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려보려다 평소 좋아하는 문구인 '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를 적으니 나말고도 세명이 더 있었다며 반가워한다. 이 큰 세상 속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이렇게 쉽게 찾다니 이것이 예술의 힘인가 싶다.

 

과거의 예술가들은 꽤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골방에서 자신의 성공, 혹은 작품세계를 만들어 내느라 세상과는 교류하지 않는 폐쇄적이고 가난한 모습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노출된 예술가들은 돈을 많이 버는 유명 작가들이나, 작품보다는 상업성을 먼저 살려 활동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가 달라지며 예술가들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많아졌고, 그들의 역할도 더 다양해 졌다. 선생님으로서, 동네 주민으로서, 전시의 주인공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작품 활동도 하며 돈도 벌어야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 버린 예술가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처럼.

 

누구에게나 힘든 삶이 지나고 나면 달콤한 보상이 있듯 예술가들에게는 관심과 인정이 큰 보상이 된다. 새로 쓰여진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아는가? 개미가 열심히 일한 시간동안 베짱이는 손가락에서 피가 날 정도로 기타실력을 키워왔고, 겨울에 개미의 만찬시간에 초대받아 감미로운 기타연주를 들려주었다. 열심히, 치열하게 삶을 살고 있는 개미 같은 당신, 그리고 베짱이 같은 예술가들을 응원합니다!